이안을 바라보는 눈
2021.02.16 12:02

[SPACE]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리노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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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김승회(서울대학교) + 경영위치건축사사무소  설계담당: 백남혁 위치: 서울시 마포구 토정로 6 용도: 종교시설   대지면적: 9,137   건축면적: 986.21   연면적: 1,773.5(증축 82.47)   규모: 지상 2, 지하2  건폐율: 10.79%   용적률: 11.7%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연와조, 철골조   내부마감: 애쉬탄화목, 석고보드, 저철분유리, 갈바륨강판 구조설계: 한구조엔지니어링  시공: ()이안알앤씨 기계설계: 정인엠이씨 전기설계: 지상설계컨설턴트 설계기간: 2019. 1. ~ 10.   시공기간: 2020. 6. ~ 11.  건축주: ()천주교서울대교구유지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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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한 박물관은 시간공간으로 변하는 곳이다.

오르한 파묵

 

 절박한 요청을 만나다

 건축가 이희태의 설계로 1967년 완성된 병인순교 100주년 기념 성당과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은 한국 전통건축의 미학이 현대적인 건축언어를 통해 정교하게 완성된 건축물이다. 시원하게 뻗은 처마와 우아한 지붕선은 언제보아도 아름답다.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은 한국 가톨릭 역사를 증거하는 가장 중요한 공간으로 그 역할을 다해왔다. 그간, 여러 번에 걸쳐 설비를 보강하고 전시대를 업그레이드 하는 등의 리모델링 과정이 있었다. 방문객이 연간 30만 명을 넘어서면서 박물관을 근본적으로 고쳐야 하는 절박한 상황을 맞이했다.

 2018, 설계를 싲ㄱ하면서 살폈던 것은 박물관이 갖고 있는 한계와 가능성이었다.

 전시 공간이 부족하여 소장품을 충분히 내놓지 못했고 기획전시를 상설전시장에서 열어야만 했다. 방문객이 급증함에 따라 갈수록 혼잡해졌다. 항온항습 설비 공간을 확보하느라 완공 당시에 비해 천장이 매우 낮아졌다. 어두운 색조로 덧붙은 마감은 본래 박물관이 지녔던 풍부한 공간감을 크게 떨어뜨렸다.

 현실을 파악할수록 해결해야 할 요청의 항목은 많아졌다. 그렇다고 건물이 커지거나 늘어나는 것은 아니었다. 주어진 볼륨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했다.

 다행스러웠던 것은 박물관의 기본 뼈대가 온전하다는 것이었다. 그 온전한 뼈대가 우리가 가진 가능성이고 그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으리라 믿었다.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다

우선 줄일 수 잇는 것을 줄이는 것으로 시작했다. 학예실과 협의하여 박물관과 관계없는 소장품을 모두 반출하기로 했다. 10년 전 새로 만들어진 계단까지 들어내니 넓은 공간이 생겼다. 칸막이와 계단이 사라진 자리에 전시 공간을 두 배로 넓힐 수 있게 되었다.

 전시 면적을 추가로 확보한 것에 만족할 수는 없었다. 전시 공간의 품격을 높이고 싶었다.

 1967년 준공도면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설치된 천장을 걷어내면 상당히 높은 천장고를 확보할 수 잇다는 것을 발견했다. 천장 속은 항온항습 설비와 소방설비로 가득 차 있어 천장을 들어내기 위해서는 특별한 설비 시스템을 고안해야했다.

 새로운 설비라인을 수직벽을 따라 재배치하는 방식을 통해 천장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골조가 노출되도록 천장을 들어내니 커다란 볼륨이 새로 생겼다. 골조의 패턴이 공간에 생기를 주었다. 오랫동안 숨겨져 있던 스카이라이트가 기적처럼 환하게 그 모습을 드러냈다. 높은 층고를 이용해 중층에 전시 공간 둘레로 순환하는 브리지를 매달기로 했다. 순환 브리지는 전시 공간을 추가로 만들어주었을 뿐 아니라, 그 자체로 근사한 공간적 오브제가 되었다. 지하 1층 전시 공간 역시 불필요한 칸막이와 계단을 칯우고 답답하기만 했떤 천장을 모두 걷어냈다. 처음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 천장의 골조는 공간에 리듬감을 만들어주었다.

 무엇보다 기뻤던 것은 넓고 높고 환한 기획전시실을 별도로 가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1967년 완공 당시에도 가려져 있었던 박물관 내부의 콘크리트 골조가 이번 리노베이션 과정을 통해 처음으로 세상에 노출되었다.

 박물관의 뼈대는 공간을 지탱하는 구조일 뿐 아니라 그 자체가 전시 공간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처음부터 갖고 있었다. 50년 만에 나타난 구조의 뼈대는 전시 공간에 힘차고 아름다운 질서를 부여해주었다.

 

공간의 서사를 구축하다

비우고 확장하여 원하는 규모의 공간을 얻었다. 비워진 넓은 공간은 이제 그 내용을 요구한다. 박물관의 내용은 전시품을 통해 완성되지만, 건축 공간의 서사 또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박물관의 핵심적인 내용이다.

 박물관의 문을 열면 방문객을 환영하는 진입 공간에 들어선다. 안내 데스크 건너편, 목재 루버 뒤로 박물관의 전시 공간이 어렴풋이 보인다.

 진입 공간을 지나 전시 공간으로 입장하면 높은 천장의 큰 공간을 만난다. 천장 중심으로 환한 빛을 내리는 커다란 스카이라이트가 방문객을 압도한다. 순교의 계시처럼 하늘로부터 내려온 온화한 빛이 공간을 가득 채운다.

 기둥과 보로 이루어진 공간의 뼈대, 그 사이 벽체를 채우는 것은 따스한 느낌의 탄화 목재이다. 힘찬 골조의 리듬과 온화한 목재의 질감으로 공간의 뉘앙스가 만들어진다.

 철재 텐션로드의 팽팽함, 극도로 세장한 목재의 비례는 공간에 긴장감과 엄숙함을 부여한다. 공간 안에 배치된 소중한 전시물들.

 정성으로 쓴 편지와 낡은 성경, 헌신의 징표들이 순교의 역사를 증거한다.

상설전시 공간의 관람이 끝나갈 즈음, 순환 브리지를 향해 올라가는 계단을 만난다.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계단이다. 순교가 영적 도약의 한 형식이 듯, 하늘을 향해 오르는 계단 역시 도약의 공간적 형식이다. 계단을 오르면 상설전시실 벽을 따라 순회하는 트랙 형태의 브리지를 만난다. 천장에 매달린 브리지는 관람객 자신이 지면으로부터 들려 있다는 느낌을 선사한다. 현실과 비현실을 동시에 경험하는 공간이다. 들려 있는 길을 걷는 행휘, 그 자체가 박물관이 선사하는 가장 중요한 경험이다.

 관람객은 상설전시 공간에 놓인 전시물을 내려다보면서 순교의 역사를 돌이켜 묵상하고, 순회하는 발걸음을 통해 순교의 의미를 성찰한다. 오르고, 건너고, 순회하는 순례의 행위는 계단과 순환 브리지를 매개로 시간과 공간의 형식을 완성한다.

 공간의 서사는 상설전시실에서 하나의 완결된 줄거리로 결말을 맺지만, 새로운 이야기가 기획전시실에서 기다리고 있다. 기획전시장으로 내려가는 계단은 짙은 어둠이 드리워져 있다. 그 어두운 공간을 지나면 환한 전시장을 만난다. 기획전시실은 넓고 고요한 공간으로 관람객을 기다린다.

 기획전시 공간은 미래의 다양한 기획전시를 위해 비워진 무한한 가능성으로 계획되었다.

 전시를 둘러본 관람객은 캐노피 아래 새로 마련된 출구로 인도된다.

 따뜻한 느낌의 목재벽이 마지막 공간을 온화한 분위기로 감싼다. 문을 열면 성지의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박물관 외부 회랑으로 이어진다. 회랑을 따라 돌면서 관람객은 다시 현재의 시간으로 돌아온다. 소나무가 있는 절두산, 반짝이는 한강의 물결, 우뚝 선 김대건 신부상이 보인다. 눈앞에 보이는 성지의 현재, 박물관에서 경험했던 순교의 역사가 하나로 만나는 시간이자 공간이다.

 

시간이 된 공간

절두산 순교성지(절두산)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92, 절두산 마스터플랜을 수행하면서 성지 주변을 살폈다. 동서로 가로지르는 강변도로로 인해 절두산은 합정동과 단절되었고, 당산철교가 남북으로 가로지르며 절두산은 다시 반토막이 난 상태였다.

 가톨릭 순교의 역사가 그렇듯 절두산도 온갖 고난을 겪고 있었다. 마스터플랜보다 성지로서 최소한의 품격을 회복하는 것이 더 절실했다. 서울시에 강변도로를 지하화하고 그 위에 공원을 만드는 기획안을 제안했다.

 여러분의 도움으로 기획안이 받아들여져 성지의 모습을 일부 회복하게 되었다.

 다시 절두산과 인연을 이어가게 된 것은 2018, 26년 만에 절두산으로부터 부여받은 임무는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의 리노베이션.

 어렵고 부담스러운 과제였다. 숨겨져 있었던 구조의 뼈대를 디자인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하늘을 향한 계단과 공중에 떠 있는 회랑, 하늘에서 내려오는 찬란한 빛, 처음으로 세상에 모습을 보인 골조의 리듬, 그 아래 넓고 환한 전시실 새로운 공간이 축복처럼 다가왔다.

 본래 있었던 것과 새로 만들어진 것이 하나로 만나 순교의 서사로 완성되었다.

 역사가 공간이 되고, 다시 그 공간이 시간이 되고, 이야기가 되고, 사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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